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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진리의 숲 1 _ 조용한 내 안의 혁명

Forest of Subtle Truth 1
Arko Art Center, December 08, 2017 - January 31, 2018

1990년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그 이듬해 봄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급우였던 강경대가 학생시위 도중 도망을 치다 붙잡혀 경찰들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꿈꾸던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고 친구 강경대는 ‘강경대 열사’라는 이름의 민주화 투쟁 아이콘이 되었다. 당시 대학생이라면 누구도 빗겨갈 수 없었던 민주화된 사회로의 변혁에 대한 참여와 그 독려는 시대의 요구사항이었고 나 역시도 그런 그늘 아래 시위에 참여하고 자본론등을 학습하는 스터디그룹 등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91년 구소련의 붕괴와 이후 동구권의 몰락은 빠르게 기존의 이상을 허물어 갔고 그때 혁명을 얘기하던 많은 이들은 어느덧 한국 기성사회로 하나둘씩 편입되어 갔다. 열려있는 공간 안에서의 소리의 병치를 고민하던 중 제작된 위치인식 헤드폰을 이용한 이번 설치는 당시의 강압적 현실참여적 분위기의 대학가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뮤지션의 꿈을 꾸던 나의 로망이 담겨있다. 내 안의 조용한 혁명이란 가치를 일깨워 주는 해방의 소리와 메시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 ‘오묘한 진리의 숲’은 전시공간 안의 영상, 설치물들 안에서 헤드폰을 쓰고 관람하며 위치에 특화된 오디오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공간을 이동하며 듣는 여러 소리들은 권병준이 2000년 이후 녹음한 자연과 도시의 현장녹음과 각종 사운드 작업, 김활성이 주축이된 노래모임 ‘한줌의 소리’, 민족음악연구회의 여름음악 캠프(2004), 이태원 작곡의 ‘별똥별’과 같은 서정적 노래이야기들 그리고 몇몇 지인들의 넋두리로 구성된다. 이들의 여린 목소리들은 거친 풍파 속에서 안으로 수렴하며 자신을 수양했던 이들의 바람이자 응어리이고 흐느낌이다.

_작가 권병준

공사장 잔해 같은 설치작품들과 가림막을 지나, 거리의 투쟁 영상이 명멸하는 화면들을 보며 걷는 중에도 귀에선 계속 다른 음향이 들린다. 애잔한 기타 반주의 합창곡 ‘베인 나무여’, 고독한 별똥의 운명을 읊조린 ‘별똥별’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다가 몇 걸음 옮기자 지난해 광화문 광장을 진동시킨 함성 ‘박근혜 퇴진하라’가 터져나왔다. 전시장 안쪽으로 가면 여수의 밤벌레 소리와 남해 용문사에서 녹음한 스님들 염불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내면의 혁명, 그 가치를 일깨워주는 소리와 메시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었다.

_한겨레신문 노형석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전은 혁명과 저항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전시가 다루는 혁명은 여러 층의 의미를 보여준다. 언뜻 시끌벅적한 혁명과는 거리를 둔 메시지도 담았다. 삐삐롱스타킹 출신인 권병준의 ‘오묘한 진리의 숲’은 ‘내 안의 혁명’ ‘침묵의 혁명’을 주제로 GPS를 활용해 만든 설치 작품이다. 헤드폰을 쓰고 전시장을 이동하면 위치에 따라 불경 외는 소리나 도시 또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외부 소음과는 단절’하려는 이 작품은 1980~1990년대 ‘강압적 현실 참여’ 분위기의 대학가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뮤지션의 꿈을 키우던 작가의 꿈을 담았다. 19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권병준의 작품은 이른바 ‘86’이라 불리는 세대의 남성성을 두고 비판적 성찰을 시도한다.

_경향신문 김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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