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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극단 "심각한밤을 보내리"_홍동저수지

"We Will Have a Serious Night" by Ghost Theatre
HongDong Reservoir, October 1 - 3 , 2022

존재를 넘어서―알 수 없는 장소와 이름 없는 시간들

권병준의 로봇 육체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채 혼란과 불안으로 비틀거리”는 세계를 상 징한다. 그 세계를 완성(成於樂)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여기의 현실인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파괴된 현실에서 시(詩)와 예(禮)는 어떻게 되어야 할 까? 잘 모르겠지만 분명 시는 불안과 다가올 우울에 대해서, 그리고 예는 형식보다는 사랑이 라는 이름의 정처 없음으로 다시 시를 되뇌고 있을 것이다. 홍동저수지에 늘어선 로봇들과 나 무, 갈대들이 조용히 읊조리고 있는 장소들은, 회한과 그만큼의 희구와 갈망이기도 하다.

_글 함성호

홍동저수지 충청남도, October 1 - 3, 2022

시놉시스

타임캡슐이 숨겨져 있는 미지의 통로에 다른 시간의 존재들이 모여 있는 산속마을이 있다. 어둠이 내리면 숲의 정령은 그 유령같은 존재들에게 그들의 흔적을 전달할 수 있는 인간의 목소리를 부여한다. 관객은 새로 빙의된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를 뒤로하고 더욱 울창해지는 밤의 숲길에 외나무다리를 지나 반전의 집에 도달한다. 그곳은 우물에 비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찾아 우물속으로 뛰어내린 어느 혼령의 메아리가 들려지는 곳이다. 그 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부딪쳐 돌아오는 시간 속 왜곡된 자신의 모습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황홀경이다. 시간을 넘어 아이는 노인이 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던 노인은 메아리만을 만들고 살아온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을 노래하며 유성처럼 사라진다.

반전의 집에서 들은 메아리의 화두로 시작하는 마을의 공간에는 ‘기계식 영매 접합술’로 탄생한 여러 로봇들과 함께 수술실, 재활 치료실이 있으며 시술중인 로봇들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흰새와 검은새로 분한 나엘과 필립의 대화가 들려온다. 그들은 극중의 유령들 중 로봇이 아닌 자연의 존재와 합치되어 남아 있으며 자유로이 시공간을 오갈 수 있다. 숲속의 반전의 집은 시간의 우물과 닿아 있고 그곳에선 언제나 메아리가 들려온다. 시술이 끝난 로봇들은 예쁜 달밤에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며 이후 마당에서 펼쳐지는 살풀이 음악에 맞춰 다같이 춤춘다.

홍동저수지 충청남도, October 1 - 3, 2022

서구의 존재론은 이제 권병준에게 ‘실재’가 아니라 ‘사랑의 순간’이고, ‘나누는 것’이다. 그 나눔은 교환의 법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재를 위해서, 원인이 없는, 비어있는 것을 위한 행 위다. 우리는 그 비장소를 향해 움직이는 소리를 쫓아간다. 소리는 같이하는 것이다(與衆樂 樂). 그리고 소리는 같이 즐기는 것이다(與人同樂). 어떤 공간도 아니고, 이름이 없는 시간들 의 춤, 그것은 또한 ‘존재’와 ‘존재자’의 관계를 탐구해온 3000년 동안의 서양 형이상학에 대 한 동아시아의 오랜 질문이기도 하다.

_글 함성호


콘셉트‧연출‧사운드‧기술 총감독: 권병준 / 작가: 권병준 with AI / 기술: 백주홍 / 기술지원: 오의진, 윤중선, 조수아 / 녹음 및 편집: 김근채(펑크타이어 스튜디오) / 사진 기록: 전병철, 옥상훈 / 영상 기록: 장지남 / 프로듀서: 박지선, 최봉민(프로듀서그룹 도트) / 목소리 출연: 권병준, 박선희, 박현지, 성수연, 우범진, 이경구, 조웅철 / 어린이 목소리 출연: 박준우, 박해빈 / 특별 출연: 유진규